요즘 블로그 권태기가 왔다. 일기라도 써보고자 이렇게 글을 써본다. 오늘 국밥집에서 생긴 이야기다.
국밥집에서 생긴 일
2025년 2월 9일,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아침부터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거리에선 차가운 바람이 가로수를 흔들며 매섭게 몰아쳤다.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기분에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간절해졌다. 나는 집에서 나와 걸음을 서둘렀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찬 공기가 얼굴을 때렸고, 손은 주머니 속에서도 시려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주 가던 국밥집이 있었다. 작은 가게지만 국물이 진하고 뜨거워 추운 날씨에 딱 맞는 곳이었다. 가게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식당 안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한쪽 테이블에 앉은 중년 부부가 조용히 국밥을 떠먹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돌리며 카운터에 다가가 주문했다.
"따뜻한 돼지국밥 한 그릇이요."
사장님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방에 주문을 넣었고, 나는 창가 자리로 가서 앉았다. 차가운 손을 비벼가며 따뜻한 국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몇 분 후, 하얀 김이 살짝 피어오르는 국밥 한 그릇이 내 앞에 놓였다. 나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모금 떠올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국물이… 미지근했다.
'설마?' 싶어서 다시 한 모금 마셔봤다. 여전히 미지근했다. 이렇게 추운 날, 따뜻한 국밥을 기대했는데 국물이 제대로 뜨겁지 않다니. 실망감이 밀려왔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카운터 쪽으로 갔다.
"사장님, 국밥이 미지근한데요. 좀 더 끓여주실 수 있을까요?"
사장님은 내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끓여서 나온 거예요."
나는 순간 멈칫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아까 국물을 떠먹어 봤을 때, 충분히 식을 시간이 없었다. 처음부터 미지근했던 거다. 나는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말했다.
"아니요, 국물이 전혀 뜨겁지가 않아요. 방금 나온 건데 이렇게 미지근할 수가 없잖아요. 조금만 더 끓여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나 사장님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나와요. 다시 데울 필요 없어요."
순간 울컥했다. 이 날씨에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다른 곳이었다면 그냥 나가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여기는 내가 자주 오던 단골집이었다. 예전엔 분명 뜨거운 국밥이 나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러는 걸까?
나는 사장님의 태도에 어이가 없어서 조금 더 강하게 말했다.
"사장님, 제가 지금 차가운 음식 먹으러 온 게 아니잖아요. 제대로 끓여진 국밥을 먹으러 왔는데, 이건 도저히 먹을 수 없어요. 그냥 조금 더 끓여주시면 될 일 아닌가요?"
사장님은 마치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님, 다들 이렇게 먹어요. 괜히 문제 만들지 마세요."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뭐요? 문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요구하는 거잖아요! 날도 이렇게 추운데, 국밥이 미지근하면 도대체 어떻게 먹으라는 거예요? 손님이 따뜻하게 해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에요?"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도 슬며시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중년 부부는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았고, 한쪽 구석에서 식사하던 젊은 남자도 힐끗힐끗 이쪽을 바라봤다. 분위기가 살짝 싸늘해졌다.
사장님은 한숨을 쉬더니 결국 국밥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몇 분 후 다시 가져왔다.
"자, 더 뜨겁게 데웠어요."
나는 국밥을 받아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정말로 뜨거운지 확인하려고 조심스럽게 국물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드디어, 내가 원했던 따끈한 국물이었다.
그러나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 괜히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한 국밥을 받아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국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러 가면서도, 사장님은 끝까지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나는 애써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다음엔 처음부터 뜨겁게 내주시면 좋겠네요."
그러나 사장님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가게를 나오니 바깥의 추위가 다시 몸을 감쌌다. 하지만 이번엔 속이 따뜻했다. 국밥 때문일까, 아니면 내 뜻을 관철시켰다는 만족감 때문일까? 어쨌든, 오늘 하루는 참 묘한 기분으로 마무리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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